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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년 5월 14일 자전거 라이딩 기록
    자전거 라이딩 기록 2022. 5. 14. 22:32

     

     

    올해 3월 16일에 큰 맘 먹고 로드바이크인 트렉 도마니 AL3를 장만해 지금까지 꾸준히 라이딩을 즐기고 있다. 추후에 자전거를 샀던 과정과 이유에 대해서도 포스팅할 기회가 있을 것이다. 본 카테고리에 해당하는 글에서는 라이딩 과정에서 있었던 일이나 사진, 느낀 점, 필요하다면 다음 라이딩 때 보완할 점에 대해 가볍게 기록해보려 한다.

     

    자전거를 사면서 올해 안에 국토종주길 종주, 그렇지 못하면 4대강 종주길 중 하나를 골라서 종주해보려는 계획을 갖고 있었다. 5일 일정 기준 하루에 약 150km 가량을 라이딩해야 하는 국토종주 과정을 버틸 수 있도록 적어도 주 1회 이상, 회당 주행거리 40km 이상의 라이딩을, 매월 한 번은 주행거리 100km 이상의 장거리 라이딩을 하면서 체력을 길러보자고 생각했다. 메가테라 백엔드 트레이닝 과정에 참여하게 되면서 운동량을 다소 줄이는 쪽으로 계획을 약간 수정했지만, 체력을 유지하거나 조금 늘릴 수 있을 정도의 운동 강도는 현재까지는 유지하고 있다. 그동안 자전거를 탈 때는 코스 대부분을 자전거 전용도로로 구성했지만, 오늘은 처음으로 별도의 자전거 전용도로가 없는 공도 구간과 다소 긴 오르막을 올라가야 하는 업힐 구간을 코스에 일정 부분 포함시켜보기로 했다.

     

    2022년 5월 14일 라이딩 코스

    덕소역 >> 남한강자전거길 >> 양수역 >> 목왕로 >> 벗고개터널 >> 황순원로 >> 영암교 >> 중미산로 >> 서종파출소 앞 >> 무내미길 >> 문호리삼거리 >> 북한강로 >> 남한강자전거길 >> 팔당역 (총 49.52km)

     

    (중간중간 쉬는 시간은 제외하고) 두 사진은 한 번에 라이딩한 코스임에도 기록이 두 개로 나뉘어 있다. 이유가 있다.

     

    큰 무리없이 출발한 처음, 그동안 자전거를 탈 때 첫 10km를 항상 힘들다고 느꼈었는데 오늘은 그야말로 거침없이 내달렸다. 날씨도 선선한 토요일 오전이라 많은 사람들과 동호회 무리가 자전거도로를 달리고 있어 속도를 내기 힘든 환경이었는데도 어떻게 잘 추월하면서 시원시원하게 주행해 나갔다. 속도가 붙은 채로 커브에 진입해 몸을 낮춰 원심력을 이겨내면서 속도를 유지한 채로 커브를 빠져나가는 쾌감은 오늘따라 더 짜릿했다.

     

     

    북한강을 가로지르는, 지금은 자전거도로가 된 중앙선이 지나다녔을 철교

     

    가볍게 북한강을 건너 양수역에 도달했다. 여기서부터는 자전거도로를 벗어나 공도로 달려야 했다. 도로는 넓어지고 자전거 타는 사람들도 많이 없어졌지만 왕복 2차로 도로를 같이 달리게 되는 자동차를 신경써야 했다. 그렇지만 처음 공도로 들어왔을 때 시원한 내리막이 반겨주고 있었고, 바로 자동차와 비슷한 수준까지 속도가 올라갔다.

     

     

    지금 글을 쓰면서 사진을 보니 과속방지턱이 보인다. 왜 저 과속방지턱을 마주했던 순간에는 저걸 아무렇지도 않게 여겼을까.

     

    코스대로 가기 위해서는 공도 시작점에서 경의중앙선 선로를 따라 500m 정도를 간 뒤 굴다리를 통해 선로 아래를 가로질러 반대편으로 가야 했다. 내리막은 굴다리 앞 왼쪽으로 도는 커브에서 끝나는 구조였다. 내리막이 끝나자마자 커브에 진입했을 때 속도에 비해 커브가 좀 많이 굽어있다는 게 느껴졌다. 당황해서 브레이크를 잡았지만 하필이면 갓길에 낙엽 같은 것들이 쌓여있어서 바퀴가 미끄러졌고, 원심력을 이기지 못한 채 벽에 부딪히고 말았다. 필사적으로 브레이크를 잡았고 오른쪽 페달과 몸이 벽에 부딪힘으로 인해서 속도가 빠르게 줄어 낙차하지는 않고 멈출 수 있었다.

     

    자전거에서 내려서 내 상태는 뒷전이고 먼저 자전거가 상한 부분이 있나부터 먼저 살폈다. 오른쪽 페달 사이드 부분이 완전히 긁혀 있었고, 그러면서 오른쪽 신발 발볼 부분이 같이 긁혀 겉부분이 조금 뜯어졌지만 다행히 자전거 몸체나 구동계가 파손된 부분은 없었다. 그러고 자전거를 살피고 나서 내 몸을 살폈더니 오른팔과 오른손에 찰과상이 나 있었다.

     

     

    나중에 모든 라이딩을 끝내고 돌아가던 전철역에서 찍은 상처 사진

     

    통증이 심하지 않았고 크게 다치지 않아 천만다행이었지만, 그 순간에는 오늘 타야 하는 코스의 절반도 못 갔는데 다친 것 때문에 여기서 이렇게 끝내고 집에 돌아가야 하나 하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주변에 병원은 없었기에 일단 근처의 약국을 찾아서 처치부터 먼저 하기로 했다. 약국에서 확인해보니 다행히 깊은 상처는 아니여서 소독하고 연고를 바른 뒤 밴드를 붙였다. 처치를 끝내고 양수역으로 돌아가면서 자전거를 계속 탈지, 그만 타고 돌아갈지를 고민했고, 계속 타는 대신 강도를 줄여서 살살 타고 원래 타려 했던 거리보다 조금 짧은 거리를 타는 것으로 계획을 변경했다. (원래는 자전거를 타고 서울 자취방까지 돌아갈 계획이었다. 그렇게 탔을 경우의 추정 주행거리는 약 70km.)

     

     

    업힐의 마지막인 벗고개터널 직전

     

    이후의 라이딩은 큰 문제 없이 마칠 수 있었다. 한 번 크게 위험한 상황을 겪고 나니 시작할 때 충만했었던 자신감은 온데간데없어졌고, 속도를 내기보다는 안전에 신경쓰면서 풀어졌던 정신을 다잡으려고 했다. 업힐에서도 무리하지 않고 중간에 쉬면서 상처도 다시 관리해주고, 고개를 넘어서 나타난 내리막에서는 그 어느 때보다 집중하고 속도가 붙기 전에 미리 감속해 들어갔다. 평소에 다른 자전거나 자동차가 어디 있는지 빠르게 뒤를 살펴보는 연습이 충분히 되어 있었는데 이때는 그걸 더욱 신경쓰면서 가다 보니 차대차 사고 같은 안전 문제들도 사전에 차단할 수 있었다. 그렇게 미리 계획했던 것보다 힘을 조절해 가면서 라이딩을 마쳤다.

     

     

    힘을 쓰지 않고 달렸기에 더 눈에 들어왔었던 북한강의 경치

     

    업힐이 끝난 뒤의 급경사 내리막을 모두 내려오고 나서 들었던 생각은, 만약 내가 거기서 미리 다치는 경험을 하지 않은 채로 업힐을 폭발적인 힘으로 올라간 다음에 내리막을 맞이했었더라면, 내가 지금 자취방 책상에 앉아서 이 글을 쓰고 있는게 아니라 천국 입구에서 입국심사를 받고 있을 수도 있었겠구나 싶었다. 고갯길 정상에서 마주했던 내리막은 먼저 사고가 났었던 지점 직전의 내리막 구간보다도 경사가 심했다. 분명 충만한 자신감으로 속도감을 즐기면서 내리막을 주파하려 했겠거니 싶었다. 도심에서 더 멀어지고 사람도 없는 곳에서 더 심한 사고가 난다고 생각해보면 생각만으로도 정말 아찔하다.

     

    사실 그동안의 나는 그 어느 운동보다도 사고가 났을 때 크게 다칠 위험도가 높은 자전거를 타면서도 사고의 발생 가능성을 어떻게 줄여야 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크게 신경쓰지 않고 있었다. 이전까지의 라이딩 기록이 점점 개선되는 게 보이고 있었기 때문에 오늘은 더 힘내서 기록을 더더욱 개선해봐야지 하는 생각에만 몰입해 있었다. 오늘 라이딩은 주말 낮에 이루어지는 만큼 자전거도로에 나오는 사람들도 많았을 것이고, 그런 환경에서 무사히 라이딩을 마치기 위해서는 안전 의식을 더욱 신경써야만 했었다. 그리고 공도에서의 장거리 고속 주행은 처음으로 경험하는 것이고, 도로의 폭도 자전거도로보다 폭이 넓어져 속도도 평소 내던 수준보다 더 낼 수 있게 되니만큼 어디서 사고가 일어날 확률이 높을지를 미리 생각했어야 했었으나 그러지 않았고, 하마터면 더욱 위험한 상황에 빠질 수 있었던 것을 오늘 발생한 사고가 그것을 인지하게 해주지 않았나 생각한다.

     

    앞으로는 내가 계획하고 행동하는 대로 그것이 잘 이루어져서 목표에 빠르게 가까워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 때, 그 성취도에 심취해서 좌우를 돌아보지 않고 계속해서 속도만을 붙이는 것이 아니라 그 과정에서 내가 놓치고 있는 부분은 혹시 없었는지 차분히 돌아보는 과정을 한번씩 가져볼 필요성이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국토종주라는 목표도 메가테라와 마찬가지로 길게 바라보고 접근할 문제이다.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고 해서 무한 부스터 키만 누르지 말고 때로는 뒤 방향키 버튼도 누르면서 주변을 넓게 충분히 살펴보는 습관을 갖자.

     

     

    주인을 잘못 만난 자전거... 항상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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