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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년 회고
    주간 회고 2022. 12. 31. 12:35

     

     

    그 어떤 해보다 밀도있게 시간을 보냈던 2022년이 끝났다. 고생했다는 칭찬을 해 주고 싶으면서도, 아쉬움도 많이 남는 한 해이다. 한 해를 어떻게 보냈는지 키워드를 통해 정리하고, 내년에는 더 성장하기 위해 무엇을 할 것인지 처음으로 정리해본다.

     

     

    2022년의 3가지 키워드

    1. 일단 도전

    시드웨일과 메가테라를 전혀 모르고 있던 연초의 이야기다. 2021년, 굳이 졸업 안하고 남아서 컴공 수업을 들었던 학교 공부는 방향성과 노력 둘 다 의구심이 들던 시점이었고, 살은 90kg까지 찌고 있었다. 크리스마스 전후였던 것 같다. 당장 목표를 세워서 이룰 수 있는 경험이 절실하다고 느꼈다. 부모님께 부탁을 드려서 PT 30회를 끊었다.

    이전에도 한 번 PT를 받으면서 살을 빼려 했지만 식단조절을 하지 않고, 운동에 적극적이지 않아 실패한 적이 있었다. 다시 한 번 부모님께 손을 빌린 만큼, 같은 실수를 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래서 이번에는 정해진 양의 식사를 꾸준히 하는 식단조절을 세 달 동안 최대한 지켰고, 운동할 때는 트레이너분께 자세가 올바른지 기회가 될 때마다 질문했다. 이때만큼은 더 이상 실패해서는 안 된다는 절실함에 차서 운동을 했던 것 같다.

     

    4월 초순까지 꾸준히 나눠서 PT와 식단조절을 병행했고, 3월 20일 인바디 측정 기준 84kg까지 감량하는 성과를 얻을 수 있었다. 단순히 체중 감량에 성공한것 뿐만 아니라 이 경험이 의미있었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이렇다.

     

    • 성장을 위해 나에게 투자한다는 개념을 깨닫게 되었다.

      돈을 지원받기 위해 다른 선택보다 이 선택을 했을 때 어떤 이점이 있는지 이전보다 고민하면서 정리하는 과정을 겪어보고, 선택에 따른 성과를 얻어내기 위해서는 더 절실하게 해야 함을 깨닫고, 목표를 조금씩 달성해나갈 때의 성취감을 느끼는 것이 과정에 도움이 많이 되는 것을 느꼈다. 이후 자전거를 마련할 때 부모님께 그 과정을 설명드리면서 자전거를 구매하는 허락을 받은 것과, 학교를 계속 다니는 것을 중단하고 메가테라 웹 개발자 과정에 참여하겠다는 결정을 내리는 데 이때의 경험이 큰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

     

    2. MVP

    첫 번째 레벨 테스트 주간에 Minimum Viable Product에 대한 설명을 흥미롭게 들었던 적이 있다. 처음 접한 MVP의 개념은 꽤나 당황스러웠다. 고객이 탈 것을 요청해서 자동차를 만드는데, 가장 먼저 스케이트 보드를 만들어 제공하고, 피드백을 받아 스케이트 보드에 손잡이를 붙여 킥보드로 다시 만들고, 자전거로 업그레이드하고, 오토바이로, 최종적으로는 자동차로 업그레이드하는 식으로 하나씩 확장시키는 방식이라고 했다.

     

    • 왜 자동차를 만들어야 하는데 스케이트 보드를 만드는 건지 의아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알게 된 사실은, MVP가 바라보는 포인트는 '자동차를 만든다'가 아니라 '고객이 진짜 원하는 게 뭔지 파악한다'는 데 있었다는 점이다.

     

    고객과 대화하면서 진짜로 원하는 것이 다른 곳으로 편하게 가는 것임을 파악한다면, 일단 이동은 시켜줄 수 있으면서 가장 빨리 만들 수 있는 보드를 만들어서 고객에게 보여줄 수 있다. 그러면 고객의 이야기를 듣고 '단거리는 보드 정도로도 괜찮지만, 이번에는 손잡이를 붙여서 킥보드 식으로 더 편하게 타게 해야겠다', 아니면 '조금 더 멀리 갈 수 있게 하려면 자전거 정도는 되어야겠다'를 결정할 수 있고, 제품에 이를 반영해 다시 만들고, 또 피드백을 받는 과정을 반복해 고객이 원하는 결과물을 최종적으로 만들어내는 것이다. 그 최종 결과물은 어쩌면 오토바이가 될 수도 있고, 컨버터블 카가 될 수도 있는 것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나는 계획을 세워서 무언가를 할 때 거의 항상 '자동차'에 집중하는 편이었던 것 같다. 계획을 진행하다 보면 막히는 순간이나 지치는 순간이 항상 왔었는데, 그럴 때마다 '자동차'라는 목표는 내가 할 수 없을 것만 같이 거대하게 느껴졌고, 대개는 그 고비를 넘지 못하고 포기했었다. 과정에 참가한 뒤에도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았고, 포트폴리오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도 큰 목표만을 생각하면서 작업을 진행하다가 어느순간 작업이 더 이상 진행되지 못할 정도로 막힌 적이 있었다.

     

    질문 채널에 작업에 대한 질문을 올렸을 때, 받았던 답변의 주요 내용들 중 하나는 '앱이 진짜로 추구해야 하는 가치 대비 구현을 너무 복잡하게 하려고 하고 있다'는 부분이었다. 작업 진행을 멈추고 진짜로 구현해야 하는 것들을 추려낸 뒤에야 필수적인 기능에 대한 구현을 진행할 수 있었다. 오히려 그렇게 핵심을 추려내어 결과를 만들고 나니 추가로 이어나갈 필요가 보이는 작업들이 생겨났고, 왜 MVP를 만들면서 피드백 루프를 빠르게 가져가야 하는지 경험을 통해 알 수 있게 되었다.

     

     

    3. 자만

    과정을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의 마음가짐은 '나는 그래도 코딩을 했던 경험이 있으니까, 동료들이 어려움을 겪을 때 돕자'는 방향이었다. 첫 몇 주차 때 이정도면 할 만한 것 같다고 느꼈기 때문에 점차 과정을 대하는 마인드는 고정되어 갔다.

     

    크나큰 실책이었다. 가장 큰 문제는 이 마인드의 기저에 내가 우위에 있고, 이 정도면 잘 하고 있다는 '자만'이 있었다는 것이었다. 자만은 과정에서 요구하는 학습 방식을 그대로 따르는 것에 의구심을 갖게 만들었다. 강의에서 제시되는 아샬님의 코딩 스타일을 익혀야 할 시기에 내가 하던 방식을 쓰려 했고, 책이나 공식 문서를 통해 모르는 정보를 습득하려는 노력을 절실하게 하지 않았다. 첫 몇 주차에 나오는 내용들은 기본적으로 어느 정도는 알고 있는 것들이었으니까. 운동을 목적으로 하는 자전거를 탈 여유가 있다고 생각했고, 이월을 당했을 때의 심정도, 솔직히 이야기하면 인정하지 못했다. 그렇게 출발선으로 다시 돌아왔음에도 자만한 대가는 컸다.

     

    • 나는 모르는 영역의 개념을 '그냥 받아들이는' 연습이 충분히 되어 있었어야 할 시점에 연습이 충분히 되어있지 않았다.

      받아들여야 할 것들이 앞 주차들보다 훨씬 많아진 뒷 주차에서도 비효율적으로 시간을 쓰고 있었고, 같은 내용을 습득하기 위해서 훨씬 큰 비용을 들여야 했다. 제때 할 것을 해야 하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음으로써 오는 자책감을 이겨내기 위한 비용까지도.

     

    이 역시 과정을 하는 데 있어서 나의 선택에 따른 결과였으므로 내가 감내하고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지만, 더 큰 선택의 대가가 따르는 순간이 아닌 지금, 자만하지 않아야 하는 이유를 느끼게 된 것이 어쩌면 오히려 다행일지도.

     

     

     

    2023년의 목표

    메가테라 웹 개발자 과정에 참여하면서 개발적으로도, 가치관에 있어서도 많은 것들을 배운 2022년이었지만, 결국에는 마음의 문을 열지 못하고 극복하지 못한 영역들도 있었다. 이 영역들을 극복해야 내가 앞으로 어떤 분야에서 활동하는 개발자가 되더라도, 효과적으로 시간을 쓰고, 성장하는 속도를 지금보다 높일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1. 다시 읽을 수 있는 글을 쓰자.

    메가테라 웹 개발자 과정을 하면서 매일매일 TIL과 주간 회고를 남겼다. 최근 프로젝트와 연간 회고를 작성하기 위해 이전에 썼던 기록들을 보려 했지만 내가 쓴 글인데도 선뜻 열어보지 못했다.

    왜일까. '잘 쓴' 글을 쓰고 싶다는 욕심 때문에 글에 전개도 넣어보려고 하고, 내용적으로 디테일이나 미사여구를 넣은 적이 많았다. 그러다가 시간에 쫓겨 마무리를 대충 하거나 완성하지 못한 경우가 많았고, 굳이 넣지 않아도 될 감정을 넣어 나중에 '내가 왜 이렇게 글을 썼지...' 싶은 글들도 많았다.

    내년에는 TIL과 주간 회고를 쓸 때 다음의 방식을 적용해보자.

     

    • facts, findings와 feelings를 분리하자.

    • 단 몇 줄을 써도 괜찮다. 하나의 글에 억지로 양을 채우려 하지는 말자. 그날그날 배우는 것이나, 수행하는 작업에 따라 쓸 수 있는 양에는 차이가 분명 존재할 수 있다. 이미 배운 것들을 활용해 하루 종일 테스트 코드를 수정하거나 CSS 작업을 하는 등의 반복적인 작업만 했다면 facts나 findings에는 쓸 게 없을 수도 있다. 느낀 점이 항상 다채로울 수도 없다. 쓸 게 많은 날에는 많이 쓰고, 그렇지 않다면 조금 쓰면 된다. 쓸 게 적은 날에는 또다른 관점의 feelings를 느낄 수도 있을 것이고, 그런 걸 쓰면 된다.

    • 필요 이상의 감정을 담는 것을 지양하자. 글을 쓰는 순간에 지배적이었던 감정은 금방 식는 걸 느꼈고, 시간이 지나고 나니 나조차도 글을 읽을 때 위화감을 느꼈다.

    • 주기적으로 이전에 썼던 글들을 돌아보자. 
      • 일차적인 목적은 과거의 나에 대한 쑥쓰러움을 덜어내는 것이다. 책장에 모셔놨던 초등학생 때 일기장을 훔쳐본다는 생각으로 큭큭거리면서 가볍게 보자. 보다가 오류가 있거나 보완해야 할 부분, 불필요한 내용을 담은 부분이 보이면 그때 고치면 된다.

      • 주기는 2주마다, 달마다, 분기마다, 반 년마다.

      • 필요하다고 생각이 들면 복기 회고를 적자. 복기 회고는 글의 작성 방식이나 복기하는 방식을 돌아보는 것이 목적이다.

     

    2. 내 상태를 적극 공유하자.

    올해 내 가장 큰 약점이라고 느껴졌던 것들 중의 하나는 공부하거나 개발을 진행하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부분을 공유하지 않고 계속 혼자 힘으로만 해결하려고 했던 적이 많았다는 점이었다.

    상시 질문을 올릴 수 있는 채널이 있었고,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는 코딩 도장에 직접 출퇴근했기 때문에 해결되지 않는 어려움이 있다면 트레이너 분들과 동료분들, 후배님들께 언제든 물어볼 수 있는 환경이었지만, 실제로는 공유했었어야 할 빈도수의 50% 정도만 공유하고 물어보았다.

    문제가 있으면 일단 해결하기 위해 관련된 공식 문서를 찾아보고, 동일한 문제를 겪었던 사람들의 해결 과정들을 찾아보면서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은 해결하면서 트러블슈팅 능력을 기르는 과정은 분명 필요하다. 하지만 몇 시간이고 붙잡고 있어도 일정 수준에서 진전이 안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은, 그 문제가 내가 모르는 일부분을 채워 해결할 문제가 아니라 문제 영역에 대한 이해도 자체가 부족하다는 것이므로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내가 어떻게든 해내고 말겠어' 마음가짐으로 문제를 계속 붙잡고 있다가 결국에는 해결하지 못해서 그제서야 질문을 올리거나 동료들이나 후배님들을 붙잡은 경우가 많았다. 도장에 출근하면서부터는 동료분들과 후배님들에게는 그래도 조금씩 문제를 공유하기 시작했지만, 그래도 아직 내가 가진 문제를 공유하는 데 적극적이지 못하다는 점은 내년에는 더 나은 성장속도를 보이기 위해 꼭 개선되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된다.

    문제를 공유하는 데 자신감을 갖기 위해 내년에는 다음의 것들을 꾸준히 실천해보면서 문제를 공유하는 능력을 연습해보자.

     

    • 일정 시간 (1시간에서 1시간 반 이상) 트러블슈팅을 해도 문제 해결에 진전이 없다면, Github CodingLife 레포지토리에 해당 날짜의 브랜치와 디렉터리를 따고 Readme에 문제 상황을 간략하게 정리한다. 누군가에게 문제 상황을 공유하려면 내가 무엇이 문제인지 설명할 수 있어야 하므로 내가 무엇을 모르고 있는지 정리하기 위함이다.

    • 정리한 것을 토대로 문제 상황을 다른 사람에게 공유하고, 해결법을 배우거나 문제를 같이 해결한다.

    • Readme에 문제 해결 과정을 간략하게 정리하고, 가능하다면 간단한 프로젝트를 생성해 실험을 진행해본다. 실행 과정에서 느낀 점을 정리한다. 해결하지 못했어도 과정을 꼭 남긴다.

     

     

    끝으로

    3일에 걸쳐 연간 회고를 작성했다. 한 해를 복기하는 데에도 꽤 많은 에너지가 들어감을 느꼈다. 이 연간 회고는 1년 뒤 2023년 연간 회고를 작성하고, 2023년 연간 회고를 하는 자리에서 다시 돌아보게 될 텐데, 2023년 연간 회고를 쓸 시간이 오기는 할까? 라는 생각을 웹 개발자 과정을 시작하면서 했는데, 과정이 끝나고 벌써 3주가 지났다.

     

    시간은 순식간에 흐른다. 정신차리고 나면 다시 2023년 연간 회고를 쓸 시간이 올 텐데, 지금까지 이어 온 흐름 놓치지 말고, 다시 이 글을 돌아보러 오는 순간까지 주어진 것들에 최선을 다해 임하자.

     

     

     

    마지막으로 올해 주인 잘못 만나서 고생한 동반자 M1과, 못난 아들 고향에서 잘 되리라고 믿고 기다려주시는 부모님께 감사를 드리면서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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